-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겸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인터뷰
- 건강 검진하듯 전류·진동 이용해 설비 실시간 진단
- “내년 상장 목표… 공장·플랜트 규모로 솔루션 확대”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에 이어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공개하면서 산업계에 AI 광풍이 불고 있다. 많은 기업이 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AI 도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28년까지 한국 기업의 85% 이상이 AI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인 원프레딕트는 산업 설비의 상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산업AI’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산업설비 건전성 예측 분야의 권위자인 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난 2016년 제조 산업과 유틸리티 산업에 산업AI 솔루션을 공급할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 10대 기계 기술, 2020년에는 미래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원프레딕트 사무실에서 만난 윤병동 교수는 “학교 안에서만 연구하다 보니, 기술력이 쌓여서 산업체에서 협력을 요청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사회에 기술을 환원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어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회사가 커지면서 교수와 대표를 동시에 맡는 일이 쉽지 않지만 기술을 상용화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한다는 게 재미이자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CEO 겸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윤 교수는 원프레딕트에서 개발하는 산업 AI를 ‘건강 검진’에 비유했다. 건강 검진 때 체온, 맥박부터 시작해 혈압,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통해 건강을 알아내는 것처럼 공장의 모터나 터보 같은 산업 설비도 데이터로 상태를 진단하고 앞으로 닥칠 문제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터보는 가스와 같은 유체의 흐름으로 기계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를 말한다.
AI가 나오기 전까지 주요 설비의 진단과 수리는 사람이 맡아 왔다. 윤 교수는 “산업계에 가보면 전문가들이 대부분 50대로 대부분 현장에서 20년 이상 일한 인력”이라며 “요즘 현장에서 일하는 데 거부감이 큰 데다 인구 감소로 인력이 줄어들면서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AI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비를 진단할 수 있는 데이터는 기기의 진동부터 소리, 온도, 속도, 전류, 이미지와 보고서까지 다양하다. 윤 교수 연구진은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설비를 진단하고 문제 예측, 원인 분석, 조치 권장까지 하도록 했다. 윤 교수는 “AI로 전기적 또는 기계적 결함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원프레딕트는 설비에 대한 전문 지식과 빅데이터, AI 알고리즘을 합쳐 핵심 설비의 현재와 미래 상태를 진단하는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모터를 관리하는 ‘가디원 모터’는 설비가 정상일 때 전류의 파형이나 주파수 값과 같은 가상 데이터를 만들어뒀다가, 실시간 데이터와 비교해 설비의 상태를 진단한다. 설치 이후에도 데이터를 계속해서 학습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터빈, 압축기, 팬과 같은 대형 회전기계를 진단, 예측하는 솔루션 '가디원 터보'.
또다른 솔루션인 ‘가디원 서브스테이션’은 98%의 정확도로 변압기 고장을 예측한다. 진동과 운전 데이터를 활용해 터보를 진단하는 ‘가디원 터보’도 있다. 윤 교수는 “모터나 터보, 대형 회전체, 전력 설비까지 고장이나 이상이 생기면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디원을 도입하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사전에 예측해 설비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최초로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주요 설비에 가디원 터보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공공·민간 부문의 발전소에만 공급했으나, 정유나 석유화학 시장으로 확대한 것이다. 가디원 터보는 플랜트 내 대형 회전기계들의 운전 중 이상 발생을 사전에 감지하고, 상세 진단과 현장 조치 방안을 권고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윤 교수는 “2021년부터 경쟁에 뛰어들어서 3년 만에 낸 성과”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원프레딕트에서 개발한 산업 AI의 경쟁력으로 ‘기술력, 가격, 피드백’을 꼽았다. 연구 성과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기술력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였기 때문이다. 업체에 솔루션을 납품한 뒤에도 보완할 점이 발견되면 빠르게 해결해 서비스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
앞으로의 개발 계획도 고객의 의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 교수는 “AI 비서나 챗봇 같은 기능을 도입해 가며 AI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도 가디원 모터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6월에는 생산 공정 전체를 살필 수 있는 솔루션 ‘가디원 pdx’를 선보인다. 단순히 설비의 고장만 보는 게 아니라 정비 유효성, 공정 품질과 같은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원프레딕트 관계자는 “연간 4억3000만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시간인 ‘다운타임’은 44.7%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프레딕트는 솔루션의 범위를 점차 공장, 플랜트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윤 교수는 “인건비와 재료비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익을 늘리려면 AI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며 “앞으로 5~10년 동안은 AI를 빠르게 도입하는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AI가 산업계에 널리 쓰이려면 공정이나 레시피, 유틸리티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특정 설비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원프레딕트는 지난해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모두 49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2년 전만 해도 14억원이던 매출은 작년에 2배 이상 늘었다. 윤 교수는 “올해 매출도 추세가 나쁘지 않다”며 “내년 2~3분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미국 기업 2곳과 가디원 도입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 말했다.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에 이어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공개하면서 산업계에 AI 광풍이 불고 있다. 많은 기업이 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AI 도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28년까지 한국 기업의 85% 이상이 AI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인 원프레딕트는 산업 설비의 상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산업AI’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산업설비 건전성 예측 분야의 권위자인 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난 2016년 제조 산업과 유틸리티 산업에 산업AI 솔루션을 공급할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 10대 기계 기술, 2020년에는 미래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원프레딕트 사무실에서 만난 윤병동 교수는 “학교 안에서만 연구하다 보니, 기술력이 쌓여서 산업체에서 협력을 요청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사회에 기술을 환원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어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회사가 커지면서 교수와 대표를 동시에 맡는 일이 쉽지 않지만 기술을 상용화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한다는 게 재미이자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CEO 겸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윤 교수는 원프레딕트에서 개발하는 산업 AI를 ‘건강 검진’에 비유했다. 건강 검진 때 체온, 맥박부터 시작해 혈압,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통해 건강을 알아내는 것처럼 공장의 모터나 터보 같은 산업 설비도 데이터로 상태를 진단하고 앞으로 닥칠 문제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터보는 가스와 같은 유체의 흐름으로 기계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를 말한다.
AI가 나오기 전까지 주요 설비의 진단과 수리는 사람이 맡아 왔다. 윤 교수는 “산업계에 가보면 전문가들이 대부분 50대로 대부분 현장에서 20년 이상 일한 인력”이라며 “요즘 현장에서 일하는 데 거부감이 큰 데다 인구 감소로 인력이 줄어들면서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AI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비를 진단할 수 있는 데이터는 기기의 진동부터 소리, 온도, 속도, 전류, 이미지와 보고서까지 다양하다. 윤 교수 연구진은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설비를 진단하고 문제 예측, 원인 분석, 조치 권장까지 하도록 했다. 윤 교수는 “AI로 전기적 또는 기계적 결함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원프레딕트는 설비에 대한 전문 지식과 빅데이터, AI 알고리즘을 합쳐 핵심 설비의 현재와 미래 상태를 진단하는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모터를 관리하는 ‘가디원 모터’는 설비가 정상일 때 전류의 파형이나 주파수 값과 같은 가상 데이터를 만들어뒀다가, 실시간 데이터와 비교해 설비의 상태를 진단한다. 설치 이후에도 데이터를 계속해서 학습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터빈, 압축기, 팬과 같은 대형 회전기계를 진단, 예측하는 솔루션 '가디원 터보'.
또다른 솔루션인 ‘가디원 서브스테이션’은 98%의 정확도로 변압기 고장을 예측한다. 진동과 운전 데이터를 활용해 터보를 진단하는 ‘가디원 터보’도 있다. 윤 교수는 “모터나 터보, 대형 회전체, 전력 설비까지 고장이나 이상이 생기면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디원을 도입하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사전에 예측해 설비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최초로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주요 설비에 가디원 터보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공공·민간 부문의 발전소에만 공급했으나, 정유나 석유화학 시장으로 확대한 것이다. 가디원 터보는 플랜트 내 대형 회전기계들의 운전 중 이상 발생을 사전에 감지하고, 상세 진단과 현장 조치 방안을 권고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윤 교수는 “2021년부터 경쟁에 뛰어들어서 3년 만에 낸 성과”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원프레딕트에서 개발한 산업 AI의 경쟁력으로 ‘기술력, 가격, 피드백’을 꼽았다. 연구 성과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기술력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였기 때문이다. 업체에 솔루션을 납품한 뒤에도 보완할 점이 발견되면 빠르게 해결해 서비스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
앞으로의 개발 계획도 고객의 의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 교수는 “AI 비서나 챗봇 같은 기능을 도입해 가며 AI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도 가디원 모터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6월에는 생산 공정 전체를 살필 수 있는 솔루션 ‘가디원 pdx’를 선보인다. 단순히 설비의 고장만 보는 게 아니라 정비 유효성, 공정 품질과 같은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원프레딕트 관계자는 “연간 4억3000만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시간인 ‘다운타임’은 44.7%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프레딕트는 솔루션의 범위를 점차 공장, 플랜트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윤 교수는 “인건비와 재료비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익을 늘리려면 AI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며 “앞으로 5~10년 동안은 AI를 빠르게 도입하는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AI가 산업계에 널리 쓰이려면 공정이나 레시피, 유틸리티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특정 설비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원프레딕트는 지난해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모두 49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2년 전만 해도 14억원이던 매출은 작년에 2배 이상 늘었다. 윤 교수는 “올해 매출도 추세가 나쁘지 않다”며 “내년 2~3분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미국 기업 2곳과 가디원 도입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 말했다.